급하게 구한 원룸, 2년 살아보니 보이기 시작한 것들
시골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평일에 머물 원룸을 급하게 구했습니다. 지역 사정도 잘 몰랐고, 여러 집을 차분히 비교해 볼 여유도 없었습니다. 당시 제가 중요하게 본 것은 딱 두 가지, ‘방이 깨끗한가’와 ‘근무하는 사무실과 가까운가’였습니다.
마침 두 조건에 꼭 맞는 원룸이 있어 바로 계약했습니다. 다른 부분까지 꼼꼼하게 확인할 겨를은 없었습니다. 당장은 출퇴근하며 지낼 공간이 필요했고, 나중에 마음에 드는 전세집이 나오면 금방 옮길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집을 구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잠시 머물 생각이었던 원룸에서 어느덧 2년 가까이 생활하게 됐습니다. 몇 달만 지낼 때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던 조건들이, 생활이 길어지면서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살아보니 계약할 때는 미처 보지 못했던 생활의 불편함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 큰 창문이 있어도 방은 어두울 수 있었습니다.
- 창문이 여러 개 있어도 마음껏 열지 못할 수 있었습니다.
- 세탁기가 있어도 빨래를 편하게 말릴 공간이 없을 수 있었습니다.
처음 집을 볼 때는 그저 ‘있는 것’만 확인했습니다. 큰 창문이 있는지, 세탁기가 있는지, 방이 깨끗한지만 봤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살아보니 더 중요한 것은 그 조건들을 일상에서 얼마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큰 창문이 있어도 방은 어두웠습니다
원룸에는 북쪽으로 비교적 큰 창문이 나 있습니다. 처음에는 창문이 크니 작은 방이라도 그리 답답하지는 않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생활해 보니 창문의 크기보다 방향과 창문 앞의 환경이 훨씬 더 중요했습니다. 방은 건물 안쪽에 위치해 있었고, 창문 바로 앞에는 다른 건물이 가까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북향인 데다 앞이 막혀 있다 보니 맑은 날 낮에도 방 안이 생각보다 어두웠습니다. 한낮인데도 실내등을 켜야 하는 날이 많았고, 실제 평수보다 방이 더 좁고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계약할 당시에는 방이 깨끗한지만 주로 살펴봤을 뿐, 창문이 어느 방향으로 나 있는지, 창문 앞이 얼마나 트여 있는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창문이 크다는 것과 채광이 좋다는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창문이 있다는 것과 편하게 열 수 있다는 것은 달랐습니다
방의 큰 창 외에도 주방과 화장실에 작은 창문이 있습니다. 창문이 여러 개 있으니 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주방과 화장실 창문은 옆 건물과의 거리가 매우 가까웠습니다. 상대편 창문과 서로 마주 보는 구조여서 창을 열면 맞은편 집 내부가 보일 정도였습니다. 결국 사생활 보호를 위해 가림막이나 블라인드를 쳐두게 됐습니다. 음식을 한 뒤 냄새를 빼거나 샤워 후 습기를 내보내고 싶을 때도 마음 놓고 창문을 활짝 열어두기 어려웠습니다. 출근하면서 하루 종일 창문을 열어두는 것도 보안상 부담스러웠습니다.
살아보니 알게 된 차이
창문이 있는 집과 그 창문을 실제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집은 달랐습니다. 집을 볼 때 창문 개수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직접 열어 밖에 무엇이 보이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처음 집을 보러 왔을 때 창문을 직접 열어 바깥을 한 번 바라봤다면 이 부분은 금방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했습니다.
세탁기는 있었지만 빨래를 말릴 곳은 없었습니다
원룸에는 세탁기가 기본 옵션으로 갖춰져 있었습니다. 세탁기가 있으니 빨래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세탁이 아니라 건조였습니다. 이 곳에는 베란다나 별도의 빨래 건조 공간이 없었습니다. 세탁기를 돌리고 나면 결국 비좁은 방 안에 건조대를 펼쳐야 했습니다. 건조대를 놓는 동안에는 침대와 주방 사이를 오가는 동선도 좁아졌습니다.
습한 날에는 빨래가 잘 마르지 않아 방 안에 눅눅한 기운이 오래 남았고, 음식을 할 때면 조리 냄새가 빨래에 밸까 봐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렇다고 창문을 마음껏 열어 환기하기도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건물 옥상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처음에는 그곳에서 빨래를 말리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실제로 이용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평일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이미 해가 진 저녁이었습니다. 낮에 빨래를 널고 날씨를 살피다가 적당한 시간에 다시 걷어오는 생활은 어려웠습니다. 옥상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과 직장인이 실제 생활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빈집의 방향제 향 뒤에 다른 냄새가 있었습니다
집을 처음 보러 갔을 때 신발장 위에 리드 디퓨저가 놓여 있었습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에 방향제가 있는 것이 조금 특이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집 안에서는 향기만 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방향제 향 사이로 다른 냄새가 묘하게 섞여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빈집을 오랫동안 닫아두어 나는 냄새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겼습니다.
입주 후 생활을 시작하자 세탁기가 놓인 다용도실에서 불쾌한 냄새가 계속 올라왔습니다. 그제야 집을 처음 봤을 때 맡았던 냄새가 떠올랐습니다. 방향제 향 때문에 냄새의 원인을 분명하게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정확한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배관을 모두 뜯어볼 수는 없었지만, 세탁기 주변 배수구 쪽에서 냄새가 올라오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결국 냄새가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배수구 주변을 임시로 막아두고 생활했습니다. 집을 처음 볼 때 평소와 다른 냄새가 난다는 사실은 이미 느꼈습니다. 다만 급하게 집을 구하다 보니 “왜 이런 냄새가 날까?”라는 질문까지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2년을 살아보니 집을 보는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급하게 구한 원룸에서 2년 가까이 생활하면서, 계약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조건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 처음 구했을 때의 기준 | 2년 살아보니 중요했던 기준 |
|---|---|
| 큰 창문이 있는가? | 창문 방향과 앞 건물과의 거리는 어떤가? |
| 주방·화장실에 창문이 있는가? |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실제로 열 수 있는가? |
| 세탁기가 기본 옵션인가? | 빨래를 말릴 공간까지 확보되어 있는가? |
| 방 내부가 깔끔한가? | 배수구나 다용도실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지는 않는가? |
만약 다음에 다시 원룸을 구하게 된다면, 이제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깔끔함만으로 판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낮에 방을 보더라도 실내등을 잠시 꺼 실제 채광을 확인하고, 모든 창문을 직접 열어 밖을 내다볼 것입니다. 방 안에서 미세하게라도 낯선 냄새가 난다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살펴보고, 세탁기 옆에 건조대를 놓을 공간이 충분한지도 확인할 것입니다.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만족하는 집을 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잠시 머물 생각이었던 원룸 생활이 길어지면서 한 가지는 분명하게 배웠습니다. 집은 처음 보았을 때 얼마나 깨끗하고 새것처럼 보이는가보다, 실제로 그 안에서 매일 생활했을 때 얼마나 불편하지 않은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
도시와 시골 생활에 대한 경험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광고성 댓글이나 개인정보가 포함된 댓글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