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원룸 2년 생활기, 깨끗한 방보다 중요했던 주거 조건

평일에 생활할 원룸을 구할 때는 방이 깨끗한지, 직장과 가까운지, 냉장고와 세탁기 같은 기본 가전이 갖추어져 있는지를 먼저 살펴보았습니다.

평일에는 대부분 직장에 있고 주말이면 가족이 있는 도시의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래서 넓은 방이나 별도의 생활공간까지는 필요하지 않고, 퇴근 후 간단히 식사하고 잠을 잘 수 있으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계약한 원룸은 지어진 지 오래되지 않아 내부가 깨끗했습니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도 갖추어져 있어 별도의 가전제품을 구입하지 않고 바로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이 지역에서 얼마나 오래 근무하게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가전제품을 새로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나중에 이사할 때 옮기거나 처분해야 할 짐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현실적인 장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생활이 이어지면서 집을 보러 갔을 때는 알아차리지 못했던 불편이 하나씩 드러났습니다. 방의 깨끗함과 기본 가전만으로는 채광과 환기, 빨래 건조, 배수구 상태처럼 매일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조건을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창문 앞 건물과 채광

제가 생활한 원룸에는 북쪽으로 큰 창문이 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창문이 크기 때문에 방이 답답하지 않고 환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원룸은 2층 건물 안쪽의 구석진 위치에 있었습니다. 창문을 열면 탁 트인 하늘보다 바로 옆 건물이 먼저 보였습니다.

북향인 데다 창문 앞까지 다른 건물로 막혀 있어 낮에도 방 안이 환하게 밝아지는 시간이 거의 없었습니다. 흐린 날이나 아침에 출근을 준비할 때는 창문 밖이 밝아도 실내등을 켜야 했습니다.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맑은 날이면 거실과 방으로 햇빛이 들어왔습니다. 실내등을 켜지 않아도 밝았고, 창가에 서면 날씨와 계절의 변화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면 원룸에서는 퇴근할 때면 이미 해가 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평일에는 자연광이 들어오는 방에서 생활한다는 느낌을 거의 받지 못했고, 방이 실제 크기보다 더 좁고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직접 살아보니 채광은 창문의 방향만으로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창문 앞이 얼마나 트여 있는지, 주변 건물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인지도 실내 밝기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열기 어려웠던 창문

방의 큰 창문뿐 아니라 화장실과 주방에도 작은 창문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창문이 여러 개라 환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화장실과 주방 창문은 옆 건물과의 거리가 약 1미터 남짓이었고, 상대편 창문과 바로 마주 보는 구조였습니다.

창문을 열면 옆 건물 내부가 보일 수 있었고, 반대로 제 방이나 화장실 안쪽도 보일 것 같았습니다. 결국 시선을 가리기 위해 창문을 가려두고 생활했습니다.

바깥의 시선은 막을 수 있었지만 방 안은 더 어두워졌습니다. 창문이 여러 개 있어도 마음 놓고 열 수 없으니 환기에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음식을 조리하거나 화장실을 사용한 뒤에는 냄새와 습기를 빼기 위해 창문을 열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맞은편 창문이 바로 보여 오랫동안 활짝 열어두기는 어려웠습니다.

출근할 때 창문을 열어두고 싶어도 사람이 없는 동안 실내가 보이거나 방범 문제가 생길까 걱정됐습니다. 결국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 잠시 여는 정도에 그쳤습니다.

집을 보러 갔을 때는 창문의 크기와 개수만 확인했습니다. 실제로 생활한 뒤에야 큰 창문이 있다는 사실보다 그 창문을 편안하게 열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세탁기와 건조 공간

원룸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것 중 하나는 빨래였습니다. 세탁기가 갖추어져 있어 처음에는 빨래 때문에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탁기가 있다는 것과 빨래를 편하게 말릴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습니다. 원룸에는 베란다나 별도의 건조 공간이 없었습니다.

도시의 아파트에서는 생활공간과 어느 정도 분리된 베란다에 빨래건조대를 펼칠 수 있었습니다. 원룸에서는 한여름에도 침대와 주방 사이에 건조대를 놓고 실내에서 빨래를 말려야 했습니다.

젖은 빨래를 방 안에 널어두면 습기가 그대로 실내에 남았습니다. 햇빛도 잘 들지 않아 저녁에 세탁한 옷이 다음 날 아침까지 마르지 않거나, 두꺼운 바지와 수건은 하루가 지나도 안쪽에 습기가 남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평일에 입을 옷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날 입으려고 세탁한 옷이 마르지 않으면 곤란했습니다. 빨래를 널어둔 날에는 음식 냄새가 젖은 옷에 밸까 봐 조리도 조심스러웠습니다.

건조대를 펼치면 방 안에서 움직일 공간도 줄었습니다. 침대와 주방, 화장실을 오갈 때마다 건조대를 피해 다녀야 했습니다.

작은 원룸 안에서 식사하고 쉬고 잠을 자는 공간과 빨래를 말리는 공간이 겹쳤습니다. 장기간 원룸에서 생활한다면 세탁기의 유무뿐 아니라 건조대를 펼칠 공간과 건조기 유무도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었습니다.

옥상 건조의 불안

실내에서 빨래를 말리는 일이 불편해 원룸 건물 옥상을 이용한 적도 있었습니다. 햇빛과 바람이 있는 날에는 빨래가 실내보다 훨씬 빨리 말랐습니다.

하지만 출근하거나 다른 일을 보는 동안에는 바람이 세게 불지 않는지, 갑자기 비가 오지 않는지 계속 신경이 쓰였습니다.

어느 날은 옥상에 널어두었던 빨래 중 하나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바람에 날아갔는지 누군가 잘못 가져갔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그 뒤로는 옥상에 빨래를 널어두고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는 일도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실내에서 말리면 공간을 차지하고 습기가 생겼습니다. 옥상에 널면 날씨와 출근 시간을 함께 생각해야 했습니다.

아파트에서는 베란다에 빨래를 널어두고 집 안에서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원룸에서는 빨래 한 번에도 공간과 날씨, 외출 일정을 함께 따져야 했습니다.

두 집을 오간 빨랫감

빨래를 말리는 불편이 반복되면서 속옷과 수건처럼 자주 필요한 것은 원룸에서 세탁하고, 두꺼운 옷이나 이불은 주말에 도시의 집으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금요일에는 평일 동안 입었던 옷과 빨랫감을 가져가 주말에 세탁해 베란다에서 말렸습니다. 일요일에는 깨끗한 옷과 다음 주에 먹을 음식을 다시 원룸으로 챙겨왔습니다.

처음에는 도시의 집과 원룸을 오갈 때 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생활하다 보니 음식뿐 아니라 빨래까지 두 집 사이를 오가게 됐습니다.

원룸의 건조 문제는 방 안의 불편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주말에 해야 할 일과 장거리 이동 때 들고 다니는 짐까지 늘려놓았습니다.

다용도실 배수구 냄새

생활을 시작한 뒤에는 세탁기가 놓인 다용도실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세탁기에서 나온 물이 내려가는 배수구 쪽에서 하수구와 비슷한 냄새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정확한 발생 위치는 알 수 없었지만 다용도실 문을 열 때마다 냄새가 느껴졌습니다. 세탁기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냄새가 올라오는 부분을 스티로폼 상자로 임시로 덮어두었습니다.

세탁할 때만 상자를 치웠다가 끝나면 다시 덮었습니다. 냄새가 방으로 퍼지는 것을 조금 줄이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배수 호스와 배수구의 연결 상태를 확인하고 집주인이나 관리인에게 점검을 요청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임시로 덮어두는 방법은 원인을 해결하는 조치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방을 보러 갔을 때는 냄새가 나지 않았거나 제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방이 깨끗하고 새것처럼 보여 배수구와 세탁기 주변까지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습니다.

집을 볼 때는 방과 화장실뿐 아니라 세탁기가 놓인 공간도 확인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배수 호스가 제대로 연결돼 있는지, 바닥 배수구에서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문을 닫아두었을 때 습기와 냄새가 남는지도 살펴봐야 했습니다.

세탁기 배수구 주변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줄이기 위해 스티로폼 상자를 임시 덮개로 사용했습니다.

조건과 비용의 차이

원룸에서 생활하는 동안 부족한 채광과 환기, 실내 빨래 건조와 다용도실 냄새가 불편해 틈틈이 다른 집을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집은 햇빛이 잘 들고 창문 앞이 트여 있으며, 빨래를 말릴 공간이 있는 곳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조건에 맞는 임대주택을 찾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방이 괜찮으면 직장과 멀거나 임대료가 부담스러웠고, 위치와 가격이 적당하면 건물이 오래됐거나 또 다른 불편이 있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오래된 아파트는 높은 층의 임대 매물이 많았습니다. 비교적 새로 지은 아파트는 전세금이나 월세가 높았습니다.

평일에 혼자 생활할 집이라도 안전과 출퇴근 거리, 비용을 모두 포기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결국 마땅한 집을 구하지 못한 채 이 원룸에서 2년 동안 생활하게 됐습니다.

원룸을 구할 때는 임대료나 건물의 상태만 비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채광과 환기, 빨래 공간, 출퇴근 거리와 비용 가운데 무엇을 우선할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다시 확인할 생활 조건

계속 다른 집을 알아본 끝에 아파트를 구하게 되어 원룸을 떠날 예정입니다. 아파트로 옮기면 지금보다 공간이 넓어지고, 생활공간과 빨래를 말리는 공간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생활한 원룸은 내부가 깨끗했고 기본 가전이 갖추어져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살아보니 집을 선택할 때는 눈에 보이는 깨끗함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다시 원룸을 구한다면 다음 조건을 직접 확인할 것 같습니다.

  • 가능하면 낮에 방문해 실내 밝기 확인하기
  • 창문의 방향과 함께 앞이 트여 있는지 살펴보기
  • 옆 건물과의 거리와 맞은편 창문 위치 확인하기
  • 창문을 마음 놓고 열 수 있는 구조인지 살펴보기
  • 건조대를 펼칠 공간이나 별도 건조 공간 확인하기
  • 화장실과 다용도실의 환기 상태 살펴보기
  • 세탁기 주변과 배수구에서 냄새가 나는지 확인하기
  • 배수 호스와 바닥 배수구의 연결 상태 살펴보기

가능하다면 창문과 다용도실 문을 직접 열어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잠시 닫아두었다가 다시 열어 습기나 냄새가 남아 있는지도 확인하면 생활을 시작한 뒤 알게 될 불편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습니다.

모든 조건을 갖춘 원룸을 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채광과 환기, 건조 공간, 출퇴근 거리와 비용 가운데 자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 먼저 정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평일에도 이어지는 생활

처음에는 평일에 잠을 자고 간단히 식사할 수 있는 깨끗한 새 원룸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본 가전이 갖추어져 있고 직장과 가까운지가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2년 동안 생활해 보니 집은 겉으로 깨끗해 보이는 것보다 창문을 편안하게 열 수 있고, 빨래와 환기 같은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이어갈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세탁기가 있어도 빨래를 말릴 곳이 없으면 불편했습니다. 창문이 커도 옆 건물과 바로 마주 보고 있다면 마음 놓고 열기 어려웠습니다. 새 건물처럼 보여도 배수구와 다용도실의 냄새는 생활을 시작한 뒤에야 알게 될 수 있었습니다.

평일에만 머무는 원룸도 결국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집이었습니다. 퇴근 후 식사하고 쉬며 빨래하고 다음 날을 준비하는 생활이 그 안에서 계속됐습니다.

원룸을 구할 때는 방의 깨끗함과 가전제품만 볼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서 실제로 어떻게 씻고 먹고 쉬며 빨래할지를 함께 생각해야 했습니다. 직접 생활한 뒤 알게 된 것은 좋은 집의 기준이 방의 새로움보다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이어갈 수 있는 구조에 더 가깝다는 점이었습니다.

※ 이 글은 평일 직장생활을 위해 원룸에서 2년 동안 생활하며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원룸의 채광과 환기, 배수구 상태와 건조 환경은 건물의 구조와 관리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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