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부부 생활 2년|떨어져 살며 달라진 집안일과 생활

대도시 아파트 단지 풍경
주말마다 돌아오는 대도시의 집

평일에는 직장이 있는 시골에서 생활하고, 주말이면 남편이 있는 대도시의 집으로 돌아갑니다. 처음 주말부부 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제 생활이 가장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에서 약 3시간 떨어진 곳에 원룸을 구하고, 평일과 주말의 생활공간을 나누어 지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평일에는 원룸에서 혼자 생활하고 주말에는 다시 도시의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반복하면서 제 생활 방식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2년 가까이 지나고 보니 변화는 저에게만 생긴 것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평일에 집을 비우면서 남편은 도시의 집에서 혼자 생활하게 됐습니다. 청소나 세탁뿐 아니라 필요한 생활용품을 확인하고 구입하는 일, 물건을 정리하고 주방을 관리하는 일도 자연스럽게 남편의 생활이 됐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사소하지만 이전에는 없던 장면이 생겼습니다.

예전에는 남편이 저에게 자주 물었습니다.

“이거 어디 있어?”

그런데 요즘은 주말에 집에 돌아온 제가 남편에게 묻는 일이 생겼습니다.

“이거 어디 뒀어?”

처음에는 별것 아닌 변화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누가 그 집의 일상을 관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습니다.

집안일보다 먼저 달라진 것은 생활 관리였습니다

함께 살 때 제가 주로 맡았던 것은 눈에 보이는 청소나 세탁만은 아니었습니다. 세제가 얼마나 남았는지, 휴지를 새로 사야 하는지, 주방용품이 어디에 있는지, 냉장고에는 무엇이 남아 있는지 같은 것도 자연스럽게 제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무언가 떨어지기 전에 구입하고, 새로 산 물건을 어디에 둘지 정하는 일도 대부분 제가 했습니다. 남편이 필요한 물건을 찾지 못하면 저에게 물었고, 저는 웬만한 것은 바로 위치를 알려줄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이것도 하나의 집안일이라고 특별히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제가 해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맡고 있던 역할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말부부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평일에 필요한 물건이 생겼다고 주말까지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남편이 직접 무엇이 필요한지 확인하고 구입해야 했습니다. 청소와 세탁, 쓰레기 처리도 자신의 생활 속에서 알아서 해결해야 했습니다.

달라진 것은 집안일 몇 가지를 누가 하느냐만이 아니었습니다. 집을 유지하려면 다음에 무엇이 필요한지 판단하고 관리하는 역할도 함께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남편이 생활하면서 집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평일 동안 남편이 혼자 집을 사용하면서 물건의 위치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자주 사용하는 동선을 기준으로 주방용품과 생활용품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것이 특별히 ‘제 방식’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제가 집을 관리하면서 자연스럽게 굳어진 배치였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혼자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주 사용하는 물건은 남편이 편한 위치로 이동했습니다. 주방도 달라졌습니다. 남편은 평일 동안 스스로 식사를 해결하면서 밥솥과 조리도구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됐고, 이제는 제가 주말에 집에 있어도 남편이 밥을 하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제가 사용하던 자리에 물건이 없으면 다시 원래 위치로 옮겨놓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없는 평일 동안 실제로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은 남편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익숙한 위치가 집의 유일한 ‘정답’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주로 관리하던 집이었다면, 이제는 남편의 생활 방식도 자연스럽게 들어간 공간이 됐습니다.

주말에 몰릴 것 같았던 집안일도 달라졌습니다

주말부부 생활을 시작할 때는 주말이 오히려 더 바빠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평일 동안 하지 못한 빨래와 청소가 쌓여 있을 것 같았고, 냉장고도 정리하고 다음 주에 먹을 음식까지 준비해 놓아야 할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초반에는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집에 도착하면 쉬기보다 집안 상태부터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예상과 조금 다른 변화가 생겼습니다. 남편이 평일 동안 필요한 청소와 세탁을 그때그때 하고, 생활용품도 직접 구입했습니다. 기본적인 식사도 스스로 해결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주말마다 다음 주 생활까지 준비해야 한다는 부담도 많이 줄었습니다.

함께 생활할 때 주말부부가 된 뒤
제가 생활용품 재고를 주로 확인 남편이 필요한 물건을 직접 확인하고 구입
집안 물건 위치를 제가 주로 알고 있었음 남편이 사용하는 방식에 따라 위치도 달라짐
제가 주방 관리를 주로 담당 남편도 식사와 주방 사용을 일상적으로 해결
일부 집안일이 한 사람에게 집중 각자의 생활공간에서 필요한 일을 직접 처리

집안일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이 주말에 몰아서 하던 일이 평일과 주말, 그리고 두 사람 사이로 조금씩 분산된 것 에 더 가까웠습니다. 그 결과 주말에 집에 돌아와 빨래나 청소부터 시작하는 날이 줄었고, 함께 식사를 하거나 각자 쉬는 시간도 이전보다 생겼습니다.

‘도와주는 집안일’이라는 생각도 달라졌습니다

주말부부 생활을 하면서 달라진 것은 집안일의 양이나 분담 비율만이 아니었습니다. 예전에는 남편이 집안일을 하면 저를 ‘도와준다’고 생각하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자신이 사는 공간을 청소하고, 입는 옷을 세탁하고,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고, 먹을 밥을 준비하는 것은 누군가를 돕기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평일 동안 남편이 혼자 생활하게 되면서 이 차이가 더 분명하게 보였습니다. 저 역시 원룸에서 제 평일 생활을 스스로 꾸려가고 있고, 남편도 도시의 집에서 자신의 일상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다시 만나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생활을 전부 챙기는 방식보다는 각자 자신의 생활을 운영하다가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만드는 방식에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주말부부에 관한 연구를 보면

떨어져 생활하는 부부에게서 역할 분담이나 개인의 자율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가 있는 반면, 외로움이나 이동·경제적 부담, 관계 유지의 어려움도 함께 보고됩니다. 따라서 주말부부 생활 자체가 더 좋거나 나쁘다고 단순하게 말하기보다는, 각 부부가 역할을 어떻게 조정하고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제 경우에는 그런 변화가 가장 구체적으로 보인 곳이 바로 집안일과 생활 관리였습니다.

다시 한집에서 살게 되더라도 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주말부부 생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언젠가 다시 매일 같은 집에서 생활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전의 생활 방식으로 완전히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남편은 이제 청소와 세탁, 생활용품 구입, 주방 사용과 밥 짓기를 특별한 일이라기보다 자신의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처리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모든 생활용품의 위치와 재고를 제가 알고 있어야 하고, 집안일 전체를 제가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많이 벗어났습니다. 다시 함께 생활하게 된다면 누가 누구의 일을 ‘도와주는’ 방식보다는 각자 익숙해진 일을 자연스럽게 맡는 방식이 더 편할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남편이 물었습니다.

“이거 어디 있어?”

지금은 제가 남편에게 묻기도 합니다.

“이거 어디 뒀어?”

아주 작은 변화입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지난 2년 가까운 주말부부 생활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세 시간이라는 거리와 두 곳으로 나뉜 생활공간이 가장 큰 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더 오래 남은 변화는 다른 곳에 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주로 관리하던 집이 두 사람이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의 생활을 책임지는 공간으로 달라진 것. 저에게 주말부부 생활은 단순히 서로 떨어져 지낸 시간이 아니라, 집안일과 생활의 역할을 다시 나누어 보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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