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을의 모정, 도시 정자와 달랐던 점
제가 평일에 생활하는 지역을 다니다 보면 마을 안에서 정자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주택가 주변이나 주민들이 오가기 편한 길가에 있고, 아파트 단지 안에 마련된 곳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도시의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에서 보았던 정자와 비슷한 쉼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가까이에서 살펴보니 여러 사람이 둘러앉을 수 있을 만큼 마루가 넓었고, 어떤 정자에는 둘레를 따라 창문까지 설치돼 있었습니다.
사방이 열린 정자만 보아 왔던 제게 창문을 열고 닫을 수 있는 모습은 낯설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함께 쉬는 이런 공간을 ‘모정’이라고 불렀습니다.
처음에는 모정이 창문 달린 정자의 이름이거나 특정한 형태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정의 뜻을 알아보면서 건물의 모양보다 마을에서 해 온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창문이 설치된 현대식 모정
제가 본 모정의 형태가 모두 같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곳은 일반적인 정자처럼 사방이 열려 있었고, 지붕 아래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는 넓은 마루가 놓여 있었습니다.
정자의 기본 구조를 유지하면서 기둥 사이에 유리창이나 창문을 설치한 곳도 있었습니다. 벽으로 완전히 막힌 일반 건물은 아니었고, 필요에 따라 창문을 열고 닫을 수 있도록 만든 모습이었습니다.
창문을 설치한 정확한 이유를 관계자에게 확인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창문을 열면 바람이 통하고, 닫으면 비와 찬바람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어 계절에 따라 이용하기 편하도록 만든 것처럼 보였습니다.
모정의 평면 형태도 다양했습니다. 사각형에 가까운 곳도 있었고, 육각이나 팔각 형태로 지어진 곳도 있었습니다. 넓은 마루를 중심으로 만든 곳이 있는가 하면, 가장자리에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따로 마련한 곳도 있었습니다.
사각·육각·팔각은 정자의 모양을 나타내는 표현이었습니다. 모정은 한 가지 형태로만 지어진 정자를 뜻하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도시 정자와 다른 이용 방식
제가 도시에서 자주 보았던 정자는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한쪽에 마련된 비교적 작은 쉼터였습니다. 산책하던 사람이 잠시 앉아 쉬거나 비를 피하고 다시 이동하는 공간에 가까웠습니다.
반면 제가 본 마을 모정은 넓은 마루를 중심으로 여러 사람이 함께 머물 수 있도록 마련돼 있었습니다. 직접 치수를 재어 본 것은 아니지만, 한두 사람이 잠시 쉬는 조경시설보다는 같은 마을 주민들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공동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도시의 정자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각자 잠시 머물다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마을 모정은 가까운 곳에 사는 주민들이 쉬다가 이웃을 만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소로 보였습니다.
정자의 크기보다 더 크게 느껴진 차이는 이용하는 사람과 공간의 성격이었습니다. 제가 보아 온 도시 정자는 불특정한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쉼터에 가까웠다면, 모정은 한 마을의 생활권 안에서 주민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에 가까웠습니다.
전통 모정의 뜻과 역할
‘모정’은 한자로 ‘茅亭’이라고 씁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전통적인 모정을 방 없이 마루로 구성된 작은 초가지붕 건물로 설명합니다. 주로 여름철에 농사일을 하던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 쉬던 공간이었으며, 특히 전라도 지역에 많이 분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통적인 모정은 경치를 감상하기 위한 장식적인 정자라기보다 농경지와 마을 가까이에 간편하게 지은 실용적인 휴식공간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주민들이 함께 이용하면서 쉬고, 서로 소식을 나누거나 마을의 일을 이야기하는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과거의 모정은 주로 농사일을 하는 남성들이 여름철에 이용한 공간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날 주민 모두가 이용하는 실내 사랑방과 완전히 같은 공간이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주민들이 한곳에 모여 쉬면서 서로의 소식을 나누고 마을의 일을 논의했다는 점에서는 공동체의 소통 공간이라는 역할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모정은 단순히 햇볕을 피하는 정자가 아니라 농촌의 일상과 공동체 생활이 함께 이루어지던 장소였습니다.
옛 모정에서 달라진 구조
과거의 모정은 짚이나 풀로 지붕을 이고 사방을 열어 둔 형태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현재 제가 생활하는 지역에서 본 모정은 건축 재료와 구조가 현대적으로 달라져 있었습니다.
목재 마루와 현대적인 기둥을 사용하고, 전통 기와와 비슷한 모양의 지붕을 올린 곳이 많았습니다. 육각이나 팔각 형태로 다시 지은 곳도 있었고, 정자 둘레에 창문을 설치한 곳도 있었습니다.
마을회관과 경로당이 생기고 주민들의 생활방식도 달라졌기 때문에 오늘날 모정의 역할이 과거와 완전히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가 길을 지날 때도 모정에 항상 사람이 모여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마을 가까이에 모정이 남아 있으면 주민들이 길을 가다가 잠시 앉아 쉬거나 이웃을 만났을 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넓은 마루의 구조를 보면 여러 주민이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보였습니다.
초가지붕은 현대적인 지붕으로 바뀌고 창문이 설치된 곳도 있었지만, 주민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동쉼터라는 기본적인 성격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마을 공동공간으로 남은 모정
처음에는 모정을 아파트 단지의 정자보다 조금 큰 쉼터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창문이 달린 모습이 낯설어 모정의 뜻과 형태를 찾아보게 됐습니다.
알아보니 모정의 핵심은 사각·육각·팔각 같은 건축 형태에 있지 않았습니다. 시대에 따라 지붕과 재료가 달라지고 창문이 설치되더라도, 마을 주민들이 함께 쉬고 서로 소식을 나누는 공동공간이라는 역할이 더 중요했습니다.
도시의 정자는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에서 잠시 쉬어 가는 시설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제가 본 모정은 한 마을 안에서 주민들의 생활과 관계가 이어지는 장소에 가까웠습니다.
그 의미를 알고 난 뒤에는 마을에 있는 모정이 단순한 정자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창문이 달린 현대식 모정에서도 사람들이 함께 쉬고 이야기를 나누던 농촌 공동체의 생활방식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 이 글은 제가 평일에 생활하는 도농복합도시에서 모정을 직접 보고 느낀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모정의 형태와 현재 이용 방식은 지역과 마을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창문을 설치한 이유에 관한 내용은 실제 모습을 보고 느낀 개인적인 해석이며, 해당 시설의 공식적인 설치 목적을 확인한 내용은 아닙니다.
참고자료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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