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원룸 생활기, 직접 살아보니 방 크기보다 중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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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생활하기 위해 구한 원룸에 처음 짐을 풀었을 때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지어진 지 오래되지 않아 방이 깨끗했고,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같은 기본 가전도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이 지역에서 얼마나 오래 근무하게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가전제품을 새로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특히 좋았습니다. 나중에 이사할 때 옮기거나 처분해야 할 짐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평일에는 대부분 직장에 있고 주말이면 가족이 있는 도시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넓은 집보다는 퇴근 후 간단히 식사하고 잠을 잘 수 있는 깨끗한 방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청소할 공간이 작고 집 주변을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편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생활을 시작하자 방을 처음 보았을 때는 알지 못했던 불편이 하나씩 드러났습니다.
원룸은 잠만 자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퇴근 후 식사하고 쉬는 시간, 옷과 생활용품을 보관하는 일, 음식을 준비하고 정리하는 일까지 모두 한 공간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한 공간에 모인 일상
원룸에는 침실과 주방, 식사하고 쉬는 공간이 따로 구분돼 있지 않았습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작은 주방이 있었고, 몇 걸음만 옮기면 침대가 나왔습니다.
처음에는 필요한 물건을 가지러 여러 방을 오갈 필요가 없고 청소할 면적도 작아 편리했습니다. 하지만 퇴근 후 침대 가까이에서 저녁을 먹고, 같은 자리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잠드는 생활이 반복되면서 점차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도시의 집에서는 거실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잠잘 때 방으로 들어가면 하루가 정리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원룸에서는 식사하고 쉬는 곳과 잠자는 곳이 나뉘지 않아 생활의 전환이 잘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평일에 잠시 머무는 집이라고 생각했지만 퇴근한 뒤 잠들기 전까지 보내는 시간도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잠만 잘 수 있으면 충분할 것이라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하루의 적지 않은 시간을 원룸 안에서 보내고 있었습니다.
문틀까지 쓴 수납공간
처음에는 평일에만 지낼 집이니 짐도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에 필요한 옷과 가방, 신발, 생활용품을 가져다 놓으니 방은 금세 좁아졌습니다.
계절이 바뀌면서 옷이 늘어났고 겨울에는 두꺼운 외투와 이불이 많은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생수나 휴지 같은 생활용품을 한꺼번에 구입하면 어디에 둘 것인지부터 고민해야 했습니다.
수납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도 눈에 보이는 곳에 두어야 했습니다. 방이 지저분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러 물건이 한 공간에 모여 있으니 실제 크기보다 더 좁게 느껴졌습니다.
옷을 걸어두는 행거가 있었지만 계절이 바뀌면서 옷이 늘어나자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행거를 하나 더 구입하고 싶어도 놓을 자리가 마땅하지 않아 결국 주방 입구의 문틀 위까지 옷을 거는 공간으로 활용했습니다.
| 옷을 걸 공간이 부족해 주방 입구 문틀 위까지 활용했던 원룸 모습입니다. |
좁은 원룸에서는 수납가구 하나를 더 들여놓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물건을 새로 가져올 때마다 필요한 물건인지보다 어디에 둘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했습니다.
좁은 주방과 작은 냉장고
제가 생활하는 지역에서는 신선한 식재료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가까운 곳에서 좋은 재료를 구할 수 있으니 원룸에서도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려고 했습니다.
김치를 담아보기도 했고 겨울에는 동치미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좋은 식재료를 활용해 직접 담아 먹는 생활은 처음에는 만족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김치를 담으려면 재료를 씻고 다듬을 자리부터 필요했습니다. 조리대가 좁아 채소와 그릇을 한꺼번에 올려놓기 어려웠고, 큰 대야와 양념통을 펼쳐놓으면 주방에서 움직일 공간이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큰 그릇과 조리도구는 음식을 만들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도 보관할 자리가 필요했기 때문에 살림살이가 늘어날수록 주방과 방은 더 좁아졌습니다.
음식을 만든 뒤에는 보관 문제가 남았습니다. 김치와 동치미를 담은 통은 부피가 컸고, 작은 냉장고에는 평소 먹을 반찬과 식재료도 함께 넣어야 했습니다.
김치통 몇 개만 넣어도 냉장고는 금세 가득 찼습니다. 주말에 가져온 반찬이나 냉동식품까지 보관하려면 기존에 있던 식재료를 먼저 정리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좋은 식재료가 보이면 무엇을 만들지부터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원룸에서 생활한 뒤에는 재료를 어디에서 손질하고, 완성한 음식을 어디에 보관할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
좋은 식재료를 가까이에서 구할 수 있다는 것과 실제 생활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좁은 주방과 작은 냉장고는 음식을 만드는 방식뿐 아니라 식재료를 구입하는 방식까지 바꾸었습니다.
주말 이동과 평일 식사
처음에는 원룸에서도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으려고 큰 그릇과 김치통, 조리도구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그러나 사용하는 시간보다 보관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주 쓰지 않는 살림살이는 다시 도시의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그 뒤에는 평일에 먹을 음식을 주말에 도시의 집에서 만들어 원룸으로 가져오는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반찬과 음식을 작은 용기에 나누어 담아오면 원룸에서 재료를 손질하거나 큰 그릇을 펼쳐놓지 않아도 돼 처음에는 편리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금요일 오후가 되면 다시 도시의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가져온 음식을 평일 안에 다 먹지 못하면 원룸 냉장고에 남았고, 다음 주까지 보관하기에는 오래된 것 같아 버리는 일도 생겼습니다.
조금 많이 가져오면 음식이 남았고, 적게 가져오면 평일 중간에 다시 음식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식비를 줄이고 건강하게 먹으려고 시작한 일이었지만 주말마다 집을 비우는 생활에서는 음식의 양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평일에 먹을 만큼만 준비하고, 부족하면 간단히 사 먹거나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해결하게 됐습니다. 신선한 식재료가 가까이 있어도 좁은 주방과 작은 냉장고, 주말 이동 일정이 겹치자 실제 식생활은 오히려 단순해졌습니다.
작은 원룸의 장점
원룸 생활이 불편하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청소와 난방을 해야 할 공간이 작았고, 마당이나 집 주변을 따로 관리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평일에는 대부분 직장에 있고 주말에는 도시로 돌아갔기 때문에 넓은 집을 비워두는 것보다 부담이 적었습니다. 보일러와 수도, 집 주변 상태를 계속 살펴야 하는 단독주택보다 관리하기도 편했습니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같은 기본 가전이 갖추어져 있어 초기 구입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었습니다. 이 지역에서 얼마나 오래 생활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가전제품을 새로 구입하고 나중에 다시 옮기지 않아도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됐습니다.
평일에 혼자 머물 공간이라는 목적에는 원룸이 잘 맞았습니다. 문제는 방이 작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서 이루어질 생활을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살아보며 알게 된 조건
처음 집을 구할 때는 건물이 오래되지 않았는지, 방이 깨끗한지, 기본 가전이 갖추어져 있는지를 주로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직접 생활해 보니 원룸의 편리함은 눈에 보이는 상태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침대와 조리 공간이 얼마나 가까운지, 옷과 이불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공간이 있는지, 평일 동안 먹을 음식을 냉장고에 넣을 수 있는지도 실제 생활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원룸을 볼 때는 다음 조건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 식사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 옷과 이불을 보관할 수 있는지
- 조리대와 냉장고의 크기가 생활방식에 맞는지
- 생수와 휴지 같은 생활용품을 둘 자리가 있는지
- 빨래를 널고 환기할 수 있는지
- 주말에 자주 집을 비울 때 음식과 물건을 어떻게 관리할지
모든 조건이 넉넉한 원룸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원룸에서 무엇을 하게 될지를 먼저 생각하고, 꼭 필요한 조건과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는 조건을 나누어보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공간에 맞춰 바꾼 생활
돌이켜보면 저 역시 새로운 생활환경에 맞추기보다 도시의 집에서 하던 방식을 그대로 이어가려고 했습니다. 좋은 식재료가 보이면 김치와 동치미를 담았고, 필요한 조리도구와 김치통도 하나씩 가져다 놓았습니다.
하지만 원룸의 주방에서 얼마나 손질할 수 있는지, 냉장고에 얼마나 보관할 수 있는지, 평일 동안 음식을 모두 먹을 수 있는지까지는 충분히 따져보지 않았습니다. 살림살이를 먼저 가져다 놓은 뒤 불편하면 다시 도시의 집으로 옮겼습니다.
도시의 집에서 만든 음식을 가져오는 방법도 시도했지만, 남은 음식을 버리는 일이 생긴 뒤에야 지금의 생활에는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좋은 식재료가 있다고 모두 사거나 직접 만들기보다 평일에 먹을 만큼만 준비하는 편이 더 잘 맞았습니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처음부터 들이지 않고, 물건이나 음식을 가져오기 전에 어디에 둘지와 언제 사용할지를 먼저 생각하게 됐습니다.
작은 원룸에서는 물건과 음식의 양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생활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공간을 넓힐 수 없다면 생활방식을 공간과 일정에 맞게 조절해야 했습니다.
방 크기보다 중요한 것
처음에는 작고 깨끗한 원룸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기본 가전이 갖추어져 있고 직장과 멀지 않다면 평일에 생활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직접 살아보니 방이 깨끗하다는 것과 실제 생활하기 편하다는 것은 달랐습니다. 수납공간과 주방, 냉장고의 크기, 식사와 잠자리가 나뉘어 있는지 같은 조건들이 생활을 시작한 뒤에는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작은 원룸은 청소와 관리가 쉽고 기본 가전이 갖추어져 있어 큰 부담 없이 생활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다만 공간이 좁을수록 도시의 집에서 하던 생활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기보다 물건과 음식, 하루의 일정을 그 공간에 맞게 조절해야 했습니다.
원룸을 구할 때는 방의 크기와 깨끗함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생활을 하게 될지를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퇴근 후 어디에서 식사하고 쉴지, 무엇을 보관할지, 주말마다 집을 비운다면 음식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떠올려보아야 실제 생활에 맞는 집인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직접 생활한 뒤 알게 된 것은 방이 넓은지보다 내 생활방식이 그 공간과 맞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 이 글은 평일 직장생활을 위해 원룸에서 생활하며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원룸의 구조와 가전제품, 수납공간과 생활환경은 건물과 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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